별을 향한 찬가

향도 스승님께 흠뻑 빠져서 후루룩 써 본 조각글. 어 수사님, 아직 노구라고 불릴 때가 아니에요...! 정신없이 휘몰아쳤던 한산도 앞바다에서의 전투 이후, 경상 우수사 원 균은 미련 없이 우수영으로 돌아갔다. 해상 전투의 결과는 다행히도 대승이었지만, 전시 중 보인 자신의 태도가 떳떳지 못했음을 아는 것인지. 그는 도망치듯 제 부대를 꾸려 빠져나가 버렸다....

CC를 아끼는 것처럼 곁을 지키고 있는 지금의 호스트는 절대 할 수 없는 분통을 대신 터뜨린 샤르의 오토마타는 화를 추스르듯 주먹을 꽉 움켜쥔 채로 낮게 씹어뱉었다. “은인?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가 현장에 기절해있던 널 거둬들인 건 단지 그 극한을 겪고 오토마타의 능력이 발현 되었는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어. 그 여자도 우스운 건 마찬가지지.” 그 사건 ...

안쓰러울 정도로 바들바들 떨고 있던 다리가 흠칫 놀랐다가 주춤대며 엘리엇에게 다가왔다. 그는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온 아들의 손을 낚아채 총자루를 쥐여주었다. 차갑고 딱딱한 총신의 감촉에 놀라 버둥대는 손이 그것을 뿌리치지 못하도록 한꺼번에 모아 잡은 엘리엇은 총구를 끌어다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놓고 말했다. “머리를 노려. 네가 해야만 해! 그들보다 ...

국제사회의 은근한 견제 아래 설립된 단체였지만, 그들은 생소한 파장 에너지원의 활용방식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목도하여 저들끼리의 논의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제사회에서 걱정하는 무기개발 조짐이라던가, 세를 불리려는 움직임 같은 건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다. 심드렁해진 국제사회는 문제의 단체가 그저 방안에 틀어박혀 문제풀이나 즐기는 샌님들의 모임과 다를 바 ...

우주와 인류의 모든 기록을 담은 초차원의 정보 집합체, 아카식 레코드. 사람들은 갑자기 출현한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를 퍽 거창하게 불러주고 있었다.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조금도 모르면서 말이다. 터무니없는 것을 바라던 사기꾼이 그러하듯, 그것은 첫 수단으로 그럴싸한 이득을 보여주며 회유를 시도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장한 것이다. 가능성이나...

샤르의 머릿속으로 지난날 한 장면이 떠올랐다. 견학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황금의 오솔길>에 들어섰던 날. 그는 현실에 상주하는 오토마타 루이를 알게 되고, 인간형 표적을 공격하지 못하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고쳐주겠다며 훈련 아닌 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루이에게서 의문의 디스크를 얻게 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오토마타까지 마주하게 되었을...

희미하지만 비웃음과는 다른 느낌으로 웃어 보인 그는 멱살이 잡힌 채, 고개를 기울여 샤르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예상 못한 거리감에 거북함을 느낀 상대가 뒤늦게 몸을 빼려 했지만, 그는 호스트의 뒷덜미를 휘어잡고 꿋꿋하게 거리를 좁혔다. 하나하나 쓸데없이 가까운 거리감을 고집하는 모양새였다. “…좀 떨어지지? 이것도 좀 놓고.” “널 엿 먹일 수 있는 방...

그가 가소롭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가운데, 시선을 통하듯 의식 속으로 샤르의 혼란과 어설픈 가설들이 쉴 새 없이 흘러들어왔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코앞에서 거울을 비쳐보듯, 생생히 전개되는 과정 속. 처음엔 상황에 대한 고민이고 감정이던 것이 초점을 옮겨 달라져 있었다. 이젠 그 중심에 오토마타인 저를 향한 관심이 자리했고, 그는 그것이 부쩍 맘에 들었다....

다시 혼자 남은 샤르는 시야가 번쩍거릴 정도로 욱신거리는 눈두덩이를 진정시키고자 힘겹게 눈꺼풀을 감아 내리고는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루이가 말하길― 호스트에게서 떨어져 나온 오토마타는 분리되었어도 본디 하나였던 만큼 감각이 링크되어 숙주의 고통에 공명한다고 했다. 때문에 오토마타 쪽에서 호스트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같은 고통을 느끼게...

샤르의 의지를 알아준 것인지, 아니면 그저 껄끄러워진 탓인지. CC는 그의 자립을 받아들였다. 정확히는 더 말리지 않았다. 대신 그가 머물 집에 대한 건 그녀가 직접 알아보고 선정했다. 오랫동안 기사와 공주님처럼 유지되던 거리에 변화가 생긴 날. 샤르는 사무실 바로 옆 건물에 개인 오피스텔을 얻어 살게 되었다. 분리되어 나온 거라기엔 다소 우스운 꼴이었지만...

- ver. 웹툰 [오토마타]

우주와 인류의 모든 기록을 담은 초차원의 정보 집합체,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 통칭 [A-R]. 어느 날 인가 잿빛 하늘에 나타나 지구 어느 곳에서도 관측할 수 있게 된 의문의 비행물체를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처음엔 공상과학 영화처럼 침공이라도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하고 모두 패닉에 빠져 그것을 격추하려 했으나 무슨 짓을 해도 흠집...